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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양준 스포츠클라이밍 담당)

매듭, 그것은 곧 소통의 다른 이름
(사진: 전양준 옭매듭)
새끼줄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물건 중 하나다. 섬유를 꼬아서 만든 새끼줄은 물건을 매달거나 연결하는 용도로 주로 쓰인다. 인간이 만든 가장 오래된 새끼줄은 프랑스 라스코 동굴에서 발견된 것으로, 1만7천여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된다. 최초로 새끼줄을 엮는 도구를 개발한 이집트인은 커다란 돌을 운반하는 데 새끼줄을 사용했다. 후에 바닷길이 개척되면서 범선에 꼭 필요한 장비가 된 새끼줄은 세 가닥의 줄을 꼬기 시작하면서 인류의 생활은 보다 좋은 환경으로 변화되었다.
의식주에서 언어까지, 인류의 발전에 영향을 끼쳐온 매듭
초창기 자연 섬유로 만들어졌던 새끼줄은 이제는 나일론이나 강철 등의 합성 섬유로도 제작되었고, 앞으로 유리나 합성수지로 이루어진 광섬유에도 적용될지 모른다. 이와 같은 새끼줄로 인해 자연스럽게 매듭이 생겨났고, 인간과 관련된 곳에 지금까지도 자리 잡고 있다.
중국 북경에 있는 고궁박물관에서는 구석기시대부터 철기 시대에 이르기까지에 관련된 유물들의 변천사를 볼 수 있다. 뗀석기에서부터 청동을 거쳐 정교한 창과 칼로 변해지는 과정을 볼 수 있고, 농기구에서부터 모자·신발·의류에 이르기까지 문명과 관련된 많은 것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2016년 방문했을 때 신기하게도 거기에는 항상 매듭이 존재하고 있었다.
처음 눈에 띈 것은 옭매듭으로 이루어진 허리띠였는데, 사각매듭으로 이루어진 그 허리띠로 개인이나 단체가 결속을 하기도 하고 혼인 예물로도 쓰였다. 중국의 허리띠가 같은 의미로 쓰인 것에 대해서는 ‘결(結)’이라는 한자의 의미만 보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매듭의 결자와 결혼(結婚)의 결자는 같은 한자를 사용한다. 이런 매듭은 집을 지을 때나 사냥이나 농기구에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쐐기가 나타나는 순간 매듭이 사라지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진: 전양준 도구와 도구를 연결한 매듭)
이후 다시 간단한 매듭이 등장하면서 보다 복잡하고 파격적인 장비가 등장한다. 활과 쟁기가 바로 그것. 고리가 있는 간단한 매듭으로 활과 시위를 연결하여, 이전에 돌망치나 투석기로 눈앞의 목표물만 사냥하던 것이 몇 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사냥을 할 수 있게 된다. 쟁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이 직접 밭고랑을 이던 것을, 보다 정교하게 이루어진 쐐기와 간단한 매듭으로 동물과 연결하여 생산력을 높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쟁기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역시 동물과 자연스럽게 연결하여 밭고랑을 이었다.


(사진: 전양준 매듭의 활용)
매듭은 인간의 의식주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처음엔 단순히 신발과 모자를 고정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다가, 매듭으로 직물을 엮기 시작하면서 의류를 만들어 내었고 이는 다시 예술적인 작품인 자수로 이어졌다. 중국에서는 독특한 매듭으로 장신구인 노리개를 만들어 내기도 했으며, 더 나아가 서로 다른 공간에서 소통할 수 있는 결승문자를 만들어 낸다. 잉카문명에서도 키푸(quipu:결승문자)에 의하여 문자·숫자·알파벳까지 나타내었고, 다시 이것들을 이용하여 약간 복잡한 기록이나 의사까지도 나타냈다. 숫자는 주로 매듭의 코수에 의하여 계수했다. 자릿수를 나타내기 위하여 길이 약 1m의 양모제에 적당한 간격을 두어 각각 1, 10, 100, 1000을 나타내는 매듭을 지었던 것. 또한 이 매듭이 어떤 수량을 나타내고 있는지를 표시하기 위해 색채로 구별했다. 예를 들어 빨강 끈이면 병사의 수, 노랑·회색·녹색은 각각 황금·백은·곡물을 나타냈다. 단순히 물건을 연결하기 위한 매듭이 언어의 역할까지도 한 것이다.
매듭 속에 깃든 인류의 개척정신
인간이 동물보다 위대한 것은, 도구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동물들도 도구를 사용한다. 원숭이가 나뭇가지를 이용하여 꿀을 찍어 먹거나, 수달이 돌멩이를 이용하여 조개를 깨어 먹는 것이 그런 경우이다. 그렇다면 인간과 동물이 도구를 이용하는 차이는 무얼까? 그것은 바로, 인간은 도구와 도구를 연결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매듭을 이용하여 돌멩이와 나뭇가지를 연결해 돌도끼를 만들기도 하고, 집을 짓기도 하고, 다리를 놓기도 한다. 발을 보호하기 위한 단순한 덮개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신발은 인간에게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건이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신발은 기원전 7천 년경의 것으로, 아메리카 대륙에서 발견되었다. 초기의 신발은 새끼줄이나 나뭇잎, 동물의 가죽 등으로 다양하게 만들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최초의 신발은 대체로 현대의 샌들과 유사한 디자인으로, 발바닥을 보호하기 위한 밑창을 끈이나 띠를 사용하여 발에 고정시킨 형태였다. 명백한 필요성에 따라 발명된 신발은 인간이 여행을 하고, 일을 하며, 또한 거친 환경을 견디는 데 있어서 커다란 발전을 이룩했음을 의미한다. 매듭 기법을 발견함에 따라 인류는 사냥이나 낚시, 주거의 건축, 물건 운반 등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는 나아가서 기억·표지, 문자적 구실, 무늬의 형성 등 당시의 원시 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기반이 되었다.
이런 매듭을 이용해 인간이 이룩한 것은 또 무엇이 있을까? 바로 ‘개척’이다. 먼 과거에는 매듭으로 무기를 만들어 사냥을 하고, 정착하면서 농기구와 짐승을 이용해 농사를 짓는데 주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동·서양 간의 무역이 이루어지기 시작하면서 인간이 눈을 돌린 곳은 바다이다. 이때 매듭도 발달한다. 배의 구조를 보면, 배를 건조할 때부터 항해할 때까지 매듭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매듭의 영어식 표기는 ‘Knot’이며, 배의 속도를 나타내는 단위 또한 ‘노트(Knot)’다. 배의 속도를 측정하는데 매듭을 기준으로 정한 것은 16세기경으로, 당시 배 뒤쪽에 삼각형의 나무 조각을 끈에 매달아 물위에 띄워 보내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 끈에는 28피트(약 8.53m)마다 매듭을 묶고 모래시계의 속도가 28초 동안 풀려나간 끈의 매듭 수로 속도를 계산했다.

(출처: 위키피디아 배의 속도를 재는 기구)
배를 이용해 신대륙을 개척하면서 항구도시가 발달하고, 항구도시는 다시 도로가 만들어지면서 점점 도시가 방대해진다. 방대해진 도시의 끝은 어디였을까? 바로 길이 끝나는 곳, 산이다. 바다로 통한 신대륙 발견하고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 개척된 후에는 바로 산으로 향한 도전이 시작된다. 그리고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항해에서 썼던 매듭이 다시 산에서 발달하기 시작한다. 이렇듯 매듭은 개척자들에 의해서 발달한다.
등반의 시작과 끝에는 매듭이 있었다
옭매듭은 가장 간단하고 기본적인 매듭이며, 모든 매듭의 끝처리는 이 매듭으로 마무리한다. 두 가닥의 로프를 연결하는 피셔맨즈매듭도 두 개의 옭매듭이 합쳐진 것이다. 필자는 인류의 최초의 매듭 역시 옭매듭이었을 것이라 믿는다. 그 다음은 당연히 사각매듭이다. 옭매듭과 피셔맨즈매듭은 기본 구조는 같으나, 사용하는 줄이 각각 하나와 두 개라는 것이다.
필자가 산에서 처음 배운 매듭은 옭매듭을 두 번 한 피셔맨즈 매듭이었다. 이를 이용하여 배낭의 토루소에 끈을 연결하여, 배낭의 하중으로 인해 힘들 때마다 어깨끈을 들어 올려 무게를 덜었다. 그 다음에는 피셔맨즈 매듭으로 연결된 슬링을 이용해 프루지크 매듭을 하여 확보줄로 사용했다. 이렇듯 필요에 의해서 개발되고 응용된 매듭들은 지게에서 배낭으로 발달해, 현재 등산 의류나 배낭의 지퍼 손잡이인 스트링, 길이 조절이 되거나 고정하는 버클로 발전되었다.

(사진: 전양준 프루지크 매듭)
현재 등산화에 가장 많이 쓰이는 매듭이 사각매듭이다. 과거 짚으로 만든 새끼줄로 엮은 짚신이 질긴 고무신으로 바뀐 시대에도 눈길이나 빙판에서는 고무신에 짚을 묶어서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했다. 오늘날의 아이젠 역할을 매듭이 대신한 것이다. 뿐만아니라 등반장비에 있어서도 많은 발전이 이루어졌다. 하프클로브히치 매듭에서 하강기가 생겨났고, 프루지크 매듭은 자동확보줄과 주마로 발달되었다. 돌멩이와 슬링의 연결로 만들어진 촉스톤이 너트를 거쳐 현재의 프렌드로 개발된 이후에는 자유등반 클라이밍에 새로운 장이 열렸다.
서로가 꼬이고 엮여야만 매듭이 만들어진다
현재 우리의 생활에서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는 광케이블은 빠른 시간에 많은 양의 영상을 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광케이블도 옭매듭을 할 수가 있고, 그 매듭으로 인해서 얼마나 많은 변화가 올 것인지에 대해 무한한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의 매듭의 발전은 모두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그 필요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불편함에서부터 시작된다. 과거 작은 배가 항해를 하면서 빠른 시간에 로프를 풀어 돛을 내리기 위해 풀매듭이 탄생한 것처럼, 용이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는 매듭이 불가피하다.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과정에서 단순한 매듭들이 생겨났고, 다른 소재로 매듭을 없앤 후에는 새로운 불편함이 생기는 상황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다시 새로운 매듭이 등장한다.

(출처: DESIGNLOG 쿡(QOOK)티저광고 개고생CF)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이 있다. 등반가들은 산을 오르기 위해 의식주를 산으로 옮겨야 하고,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불편함이 생겼다. 게다가 정점에 오르기 위한 인간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더욱 단단하고 안전한 매듭의 개발은 필연이었다. 산소가 희박하고 거친 환경에서 등반가는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혹독한 환경을 버티기 위해 부러진 텐트 폴과 찢어진 의류를 수선해야 했고, 이후 더 크고 높은 산을 오르기 위해 보다 튼튼하고 안전한 장비를 개발하기에 이른다. 매듭은 단지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함이 아니라, 다음의 새로운 발명을 위한 과정인 것이다.
최근에 산에서 발생하는 안타까운 사고를 보면 매듭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잘못된 매듭 뿐 아니라 심지어는 아예 매듭을 하지 않아서 생긴 사고도 있다. 매듭은 꼬임이 있어야 생겨난다. 서로가 엮여야만 매듭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과거에 결승문자로 서로가 소통했듯이, 등반 시작부터 끝마칠 때까지 등반을 시작하는 신호인 매듭을 서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떤 일을 마무리 하고 나면 흔히 ‘매듭을 지었다’는 표현을 한다. 결말을 뜻하는 것이지만, 그 말은 곧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등반가에게 매듭이란, 앞으로 새로운 곳을 개척함에 있어서 영원히 사라질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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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양준 스포츠클라이밍 담당)
매듭, 그것은 곧 소통의 다른 이름
(사진: 전양준 옭매듭)
새끼줄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물건 중 하나다. 섬유를 꼬아서 만든 새끼줄은 물건을 매달거나 연결하는 용도로 주로 쓰인다. 인간이 만든 가장 오래된 새끼줄은 프랑스 라스코 동굴에서 발견된 것으로, 1만7천여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된다. 최초로 새끼줄을 엮는 도구를 개발한 이집트인은 커다란 돌을 운반하는 데 새끼줄을 사용했다. 후에 바닷길이 개척되면서 범선에 꼭 필요한 장비가 된 새끼줄은 세 가닥의 줄을 꼬기 시작하면서 인류의 생활은 보다 좋은 환경으로 변화되었다.
의식주에서 언어까지, 인류의 발전에 영향을 끼쳐온 매듭
초창기 자연 섬유로 만들어졌던 새끼줄은 이제는 나일론이나 강철 등의 합성 섬유로도 제작되었고, 앞으로 유리나 합성수지로 이루어진 광섬유에도 적용될지 모른다. 이와 같은 새끼줄로 인해 자연스럽게 매듭이 생겨났고, 인간과 관련된 곳에 지금까지도 자리 잡고 있다.
중국 북경에 있는 고궁박물관에서는 구석기시대부터 철기 시대에 이르기까지에 관련된 유물들의 변천사를 볼 수 있다. 뗀석기에서부터 청동을 거쳐 정교한 창과 칼로 변해지는 과정을 볼 수 있고, 농기구에서부터 모자·신발·의류에 이르기까지 문명과 관련된 많은 것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2016년 방문했을 때 신기하게도 거기에는 항상 매듭이 존재하고 있었다.
처음 눈에 띈 것은 옭매듭으로 이루어진 허리띠였는데, 사각매듭으로 이루어진 그 허리띠로 개인이나 단체가 결속을 하기도 하고 혼인 예물로도 쓰였다. 중국의 허리띠가 같은 의미로 쓰인 것에 대해서는 ‘결(結)’이라는 한자의 의미만 보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매듭의 결자와 결혼(結婚)의 결자는 같은 한자를 사용한다. 이런 매듭은 집을 지을 때나 사냥이나 농기구에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쐐기가 나타나는 순간 매듭이 사라지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진: 전양준 도구와 도구를 연결한 매듭)
이후 다시 간단한 매듭이 등장하면서 보다 복잡하고 파격적인 장비가 등장한다. 활과 쟁기가 바로 그것. 고리가 있는 간단한 매듭으로 활과 시위를 연결하여, 이전에 돌망치나 투석기로 눈앞의 목표물만 사냥하던 것이 몇 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사냥을 할 수 있게 된다. 쟁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이 직접 밭고랑을 이던 것을, 보다 정교하게 이루어진 쐐기와 간단한 매듭으로 동물과 연결하여 생산력을 높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쟁기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역시 동물과 자연스럽게 연결하여 밭고랑을 이었다.
(사진: 전양준 매듭의 활용)
매듭은 인간의 의식주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처음엔 단순히 신발과 모자를 고정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다가, 매듭으로 직물을 엮기 시작하면서 의류를 만들어 내었고 이는 다시 예술적인 작품인 자수로 이어졌다. 중국에서는 독특한 매듭으로 장신구인 노리개를 만들어 내기도 했으며, 더 나아가 서로 다른 공간에서 소통할 수 있는 결승문자를 만들어 낸다. 잉카문명에서도 키푸(quipu:결승문자)에 의하여 문자·숫자·알파벳까지 나타내었고, 다시 이것들을 이용하여 약간 복잡한 기록이나 의사까지도 나타냈다. 숫자는 주로 매듭의 코수에 의하여 계수했다. 자릿수를 나타내기 위하여 길이 약 1m의 양모제에 적당한 간격을 두어 각각 1, 10, 100, 1000을 나타내는 매듭을 지었던 것. 또한 이 매듭이 어떤 수량을 나타내고 있는지를 표시하기 위해 색채로 구별했다. 예를 들어 빨강 끈이면 병사의 수, 노랑·회색·녹색은 각각 황금·백은·곡물을 나타냈다. 단순히 물건을 연결하기 위한 매듭이 언어의 역할까지도 한 것이다.
매듭 속에 깃든 인류의 개척정신
인간이 동물보다 위대한 것은, 도구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동물들도 도구를 사용한다. 원숭이가 나뭇가지를 이용하여 꿀을 찍어 먹거나, 수달이 돌멩이를 이용하여 조개를 깨어 먹는 것이 그런 경우이다. 그렇다면 인간과 동물이 도구를 이용하는 차이는 무얼까? 그것은 바로, 인간은 도구와 도구를 연결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매듭을 이용하여 돌멩이와 나뭇가지를 연결해 돌도끼를 만들기도 하고, 집을 짓기도 하고, 다리를 놓기도 한다. 발을 보호하기 위한 단순한 덮개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신발은 인간에게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건이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신발은 기원전 7천 년경의 것으로, 아메리카 대륙에서 발견되었다. 초기의 신발은 새끼줄이나 나뭇잎, 동물의 가죽 등으로 다양하게 만들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최초의 신발은 대체로 현대의 샌들과 유사한 디자인으로, 발바닥을 보호하기 위한 밑창을 끈이나 띠를 사용하여 발에 고정시킨 형태였다. 명백한 필요성에 따라 발명된 신발은 인간이 여행을 하고, 일을 하며, 또한 거친 환경을 견디는 데 있어서 커다란 발전을 이룩했음을 의미한다. 매듭 기법을 발견함에 따라 인류는 사냥이나 낚시, 주거의 건축, 물건 운반 등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는 나아가서 기억·표지, 문자적 구실, 무늬의 형성 등 당시의 원시 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기반이 되었다.
이런 매듭을 이용해 인간이 이룩한 것은 또 무엇이 있을까? 바로 ‘개척’이다. 먼 과거에는 매듭으로 무기를 만들어 사냥을 하고, 정착하면서 농기구와 짐승을 이용해 농사를 짓는데 주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동·서양 간의 무역이 이루어지기 시작하면서 인간이 눈을 돌린 곳은 바다이다. 이때 매듭도 발달한다. 배의 구조를 보면, 배를 건조할 때부터 항해할 때까지 매듭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매듭의 영어식 표기는 ‘Knot’이며, 배의 속도를 나타내는 단위 또한 ‘노트(Knot)’다. 배의 속도를 측정하는데 매듭을 기준으로 정한 것은 16세기경으로, 당시 배 뒤쪽에 삼각형의 나무 조각을 끈에 매달아 물위에 띄워 보내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 끈에는 28피트(약 8.53m)마다 매듭을 묶고 모래시계의 속도가 28초 동안 풀려나간 끈의 매듭 수로 속도를 계산했다.
(출처: 위키피디아 배의 속도를 재는 기구)
배를 이용해 신대륙을 개척하면서 항구도시가 발달하고, 항구도시는 다시 도로가 만들어지면서 점점 도시가 방대해진다. 방대해진 도시의 끝은 어디였을까? 바로 길이 끝나는 곳, 산이다. 바다로 통한 신대륙 발견하고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 개척된 후에는 바로 산으로 향한 도전이 시작된다. 그리고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항해에서 썼던 매듭이 다시 산에서 발달하기 시작한다. 이렇듯 매듭은 개척자들에 의해서 발달한다.
등반의 시작과 끝에는 매듭이 있었다
옭매듭은 가장 간단하고 기본적인 매듭이며, 모든 매듭의 끝처리는 이 매듭으로 마무리한다. 두 가닥의 로프를 연결하는 피셔맨즈매듭도 두 개의 옭매듭이 합쳐진 것이다. 필자는 인류의 최초의 매듭 역시 옭매듭이었을 것이라 믿는다. 그 다음은 당연히 사각매듭이다. 옭매듭과 피셔맨즈매듭은 기본 구조는 같으나, 사용하는 줄이 각각 하나와 두 개라는 것이다.
필자가 산에서 처음 배운 매듭은 옭매듭을 두 번 한 피셔맨즈 매듭이었다. 이를 이용하여 배낭의 토루소에 끈을 연결하여, 배낭의 하중으로 인해 힘들 때마다 어깨끈을 들어 올려 무게를 덜었다. 그 다음에는 피셔맨즈 매듭으로 연결된 슬링을 이용해 프루지크 매듭을 하여 확보줄로 사용했다. 이렇듯 필요에 의해서 개발되고 응용된 매듭들은 지게에서 배낭으로 발달해, 현재 등산 의류나 배낭의 지퍼 손잡이인 스트링, 길이 조절이 되거나 고정하는 버클로 발전되었다.
(사진: 전양준 프루지크 매듭)
현재 등산화에 가장 많이 쓰이는 매듭이 사각매듭이다. 과거 짚으로 만든 새끼줄로 엮은 짚신이 질긴 고무신으로 바뀐 시대에도 눈길이나 빙판에서는 고무신에 짚을 묶어서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했다. 오늘날의 아이젠 역할을 매듭이 대신한 것이다. 뿐만아니라 등반장비에 있어서도 많은 발전이 이루어졌다. 하프클로브히치 매듭에서 하강기가 생겨났고, 프루지크 매듭은 자동확보줄과 주마로 발달되었다. 돌멩이와 슬링의 연결로 만들어진 촉스톤이 너트를 거쳐 현재의 프렌드로 개발된 이후에는 자유등반 클라이밍에 새로운 장이 열렸다.
서로가 꼬이고 엮여야만 매듭이 만들어진다
현재 우리의 생활에서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는 광케이블은 빠른 시간에 많은 양의 영상을 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광케이블도 옭매듭을 할 수가 있고, 그 매듭으로 인해서 얼마나 많은 변화가 올 것인지에 대해 무한한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의 매듭의 발전은 모두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그 필요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불편함에서부터 시작된다. 과거 작은 배가 항해를 하면서 빠른 시간에 로프를 풀어 돛을 내리기 위해 풀매듭이 탄생한 것처럼, 용이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는 매듭이 불가피하다.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과정에서 단순한 매듭들이 생겨났고, 다른 소재로 매듭을 없앤 후에는 새로운 불편함이 생기는 상황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다시 새로운 매듭이 등장한다.
(출처: DESIGNLOG 쿡(QOOK)티저광고 개고생CF)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이 있다. 등반가들은 산을 오르기 위해 의식주를 산으로 옮겨야 하고,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불편함이 생겼다. 게다가 정점에 오르기 위한 인간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더욱 단단하고 안전한 매듭의 개발은 필연이었다. 산소가 희박하고 거친 환경에서 등반가는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혹독한 환경을 버티기 위해 부러진 텐트 폴과 찢어진 의류를 수선해야 했고, 이후 더 크고 높은 산을 오르기 위해 보다 튼튼하고 안전한 장비를 개발하기에 이른다. 매듭은 단지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함이 아니라, 다음의 새로운 발명을 위한 과정인 것이다.
최근에 산에서 발생하는 안타까운 사고를 보면 매듭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잘못된 매듭 뿐 아니라 심지어는 아예 매듭을 하지 않아서 생긴 사고도 있다. 매듭은 꼬임이 있어야 생겨난다. 서로가 엮여야만 매듭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과거에 결승문자로 서로가 소통했듯이, 등반 시작부터 끝마칠 때까지 등반을 시작하는 신호인 매듭을 서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떤 일을 마무리 하고 나면 흔히 ‘매듭을 지었다’는 표현을 한다. 결말을 뜻하는 것이지만, 그 말은 곧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등반가에게 매듭이란, 앞으로 새로운 곳을 개척함에 있어서 영원히 사라질 수 없을 것이다.